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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PRC

자전거 위에서 80킬로째가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만한 갓길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런치응은 바로 다음 마을에서 날을 보내자고 다독였다. 곧 나타난 마을은, 사실 마을도 아닌 게 길 가에 가게가 몇개 있는게 전부. 자전거 끌고 들어온 남자 둘에 식당 할머니와 젊은 처자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숙주나물이 들어간 계란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차도 내어주고 물어보지도 않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었다. 그 집 막내 꼬맹이가 주변을 알짱거리고 곧 이어 아들내미 둘과 딸내미 하나도 돌아왔다. 런치응에게 요 안에서 하룻밤 묶을 수 있느냐 물어보라 했더니, 사투리가 너무 심해 말이 안 통한단다. 결국 손짓발짓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 문 앞에 텐트를 치고 자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늦게 도착한 내 또래정도 되어 보이는 아빠는 우리를 참 신기해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차를 몇잔이나 마신건지. 꼬맹이들이 텐트를 보고싶다 재촉해 너무 늦기 전에 텐트를 치니 그 속으로 왔다리 갔다리 까르르.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다시 이들을 볼 수 있을까. 이 곳은 어디쯤이었을까.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moment #10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