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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PRC

자전거 위에서 80킬로째가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만한 갓길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런치응은 바로 다음 마을에서 날을 보내자고 다독였다. 곧 나타난 마을은, 사실 마을도 아닌 게 길 가에 가게가 몇개 있는게 전부. 자전거 끌고 들어온 남자 둘에 식당 할머니와 젊은 처자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숙주나물이 들어간 계란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차도 내어주고 물어보지도 않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었다. 그 집 막내 꼬맹이가 주변을 알짱거리고 곧 이어 아들내미 둘과 딸내미 하나도 돌아왔다. 런치응에게 요 안에서 하룻밤 묶을 수 있느냐 물어보라 했더니, 사투리가 너무 심해 말이 안 통한단다. 결국 손짓발짓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 문 앞에 텐트를 치고 자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늦게 도착한 내 또래정도 되어 보이는 아빠는 우리를 참 신기해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차를 몇잔이나 마신건지. 꼬맹이들이 텐트를 보고싶다 재촉해 너무 늦기 전에 텐트를 치니 그 속으로 왔다리 갔다리 까르르.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다시 이들을 볼 수 있을까. 이 곳은 어디쯤이었을까.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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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10

A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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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Fuzhou, China

푸저우 릴케네 집에서 하루는 한국요리를 만들어 다같이 먹기로 했다. 나는 콜라찜닭을 만들고 싶었다. 릴케의 사촌인 왕혼싄따거는 닭고기를 사려는 나를 마트 대신 시장으로 데려갔다. 당최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조차 않는 곳이 있지 않던가? 이곳이 나에게는 딱 그랬다. 그곳엔 닭, 비둘기, 오리, 토끼 등을 가둔 우리들이 층층히 쌓여져 있었는데, 나는 처음에는 달걀을 파는 곳인 줄 알았다. 왕따거의 발이 이곳에 멈추더니 닭 한마리를 고르고 두어마디 흥정을 한다. 미처 상황파악이 되기도 전에 날카로운 식칼은 닭의 목을 반쯤 잘랐다. 그 닭은 덜렁거리는 목을 매단 채 플라스틱 통 안에서 미친듯 푸드덕거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불과 15분만에 털이 모두 뽑히고 날개와 다리가 해체되어 봉투에 넣어졌다. 겨우 만원이 채 안되는 돈에. 음마야.

 

moment #8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