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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PRC

자전거 위에서 80킬로째가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만한 갓길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런치응은 바로 다음 마을에서 날을 보내자고 다독였다. 곧 나타난 마을은, 사실 마을도 아닌 게 길 가에 가게가 몇개 있는게 전부. 자전거 끌고 들어온 남자 둘에 식당 할머니와 젊은 처자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숙주나물이 들어간 계란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차도 내어주고 물어보지도 않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었다. 그 집 막내 꼬맹이가 주변을 알짱거리고 곧 이어 아들내미 둘과 딸내미 하나도 돌아왔다. 런치응에게 요 안에서 하룻밤 묶을 수 있느냐 물어보라 했더니, 사투리가 너무 심해 말이 안 통한단다. 결국 손짓발짓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 문 앞에 텐트를 치고 자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늦게 도착한 내 또래정도 되어 보이는 아빠는 우리를 참 신기해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차를 몇잔이나 마신건지. 꼬맹이들이 텐트를 보고싶다 재촉해 너무 늦기 전에 텐트를 치니 그 속으로 왔다리 갔다리 까르르.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다시 이들을 볼 수 있을까. 이 곳은 어디쯤이었을까.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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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10

A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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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 NYC, USA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뉴욕이라 말할 것이다.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곳, 별별 재미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곳. 만약 지금 당장 뉴욕의 얇고 흐물흐물한 치즈피자를 주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활절 기간의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 앞의 5번가는 모자퍼레이드로 축제 분위기다. 거리엔 라이브 재즈가 흐르고 사람들은 각기 개성 넘치는 모자를 쓰고 춤을 춘다. 저 안에 뛰어 들어가고 싶다. 언젠가는 저 안에 들어가고 말리.

 

moment #9

A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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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Fuzhou, China

푸저우 릴케네 집에서 하루는 한국요리를 만들어 다같이 먹기로 했다. 나는 콜라찜닭을 만들고 싶었다. 릴케의 사촌인 왕혼싄따거는 닭고기를 사려는 나를 마트 대신 시장으로 데려갔다. 당최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조차 않는 곳이 있지 않던가? 이곳이 나에게는 딱 그랬다. 그곳엔 닭, 비둘기, 오리, 토끼 등을 가둔 우리들이 층층히 쌓여져 있었는데, 나는 처음에는 달걀을 파는 곳인 줄 알았다. 왕따거의 발이 이곳에 멈추더니 닭 한마리를 고르고 두어마디 흥정을 한다. 미처 상황파악이 되기도 전에 날카로운 식칼은 닭의 목을 반쯤 잘랐다. 그 닭은 덜렁거리는 목을 매단 채 플라스틱 통 안에서 미친듯 푸드덕거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불과 15분만에 털이 모두 뽑히고 날개와 다리가 해체되어 봉투에 넣어졌다. 겨우 만원이 채 안되는 돈에. 음마야.

 

mo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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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Jorsale, Nepal

그를 만난 건 입산 한 지 열흘도 넘어서였다. 사흘을 쉬지 않고 하산하다 머문 조르살레의 깔끔했던 민박집에 들어 갔을 때, 그는 식당 구석에서 불경소리를 외우고 있었다. 그 특이한 모노톤의 목소리에 살짝 웃음이 나왔는데, 그의 불경 읽기는 그 후로도 몇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나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봤던 길쭉한 종이에 씌여진 불경을 한장씩 넘겨가며 외는 모습을 그의 옆에 앉아 값에 비해 터무니없이 소박했던 애플파이를 씹으며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는 나를 향해 쌀을 던져 주었다. 복을 빌어 주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안의 귀를 쫒아 내려 했던 것일까. 플로라와 퍼디난드는 그의 옷차림을 보니 티벳에서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해가 지면 그는 모든 짐을 그대로 놓을 채 그의 절로 돌아갔다. 다음날 물어보니 그는 티벳사람이 아니고 네팔사람이었다 한다.

 

mo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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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Thapene, Laos

나비공원에는 고양이가 다섯마리가 있다. 네 마리의 암컷은 모두 누런 색깔이고, 수컷 한 마리만이 껌정 색이다. 누런애들 모두 피붓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유독 심해 항상 혀를 내밀고 있었다. 또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면서, 가만히 있어도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고양이들은 제 마음대로 놀고 있다가 밥 때가 되면 부엌 근처에서 얼쩡거린다. 걔네들 밥 먹는 곳은 공원 뒤 숲 속에 있었는데, 접시를 들고 “올롤로로로로로” 소리를 내면 다섯마리가 열심히 쫒아왔다. 보통 이네케가 밥을 줬는데, 내가 한번 해 보기도 했다. 이네케는 밥이 담긴 접시를, 큰 것과 작은 것, 두 개 건네줬는데, 그 이유는 슬픈 이유였다. 피붓병이 심한 녀석이 좀 찌질한 편이라, 다른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굶기 때문이었다. 불쌍한 녀석.

mo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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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 Bagan, Myanmar

씨져우카우슈에 예찬. 어느나라를 가든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것이 가장 싸구려 길거리 음식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도 미얀마 밥은 그닥 맛이 없었다. 미얀마 식사도 한국처럼 밥과 반찬 깔아 놓고 먹는데, 먹을 것이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맛있어 보였던 반찬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바간에서 조조를 따라 밥을 먹으러 갔을 땐 입맛이 없어 가장 싼 국수를 시켰는데, 그 이름이 씨져우카우슈에였다. 밀가루 국수에 닭고기와 마늘 기름을 넣고 버무린 느낌이었는데, 나는 미얀마에서 요 녀석에게 꼿혔었다. 질리도록 못 먹어서 아쉽다. 그래도 한 대여섯그릇은 먹은 것 같은데.

🙂

mo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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